갯강구의 '이바지'

갯강구는 한자로 선충(船蟲)이라고 부르는데

‘배벌레’라기 보다는‘바다의 바퀴벌레’ 라고 부르는 편이 훨씬 정확한 표현이라 한다.

갯강구를 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육지의 바퀴벌레가 바다까지 따라왔다고 질겁하는데, 

크기나 생김새, 몸 색깔로는 쉽사리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갯강구는 바퀴벌레를 쏙 빼 닮았다.

갯강구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하는 짓도 바퀴벌레와 아주 흡사해서

어두칙칙하고 습기 많은 곳에 떼를 지어 산다.

아침이면 이들은 먹이를 찾아 나서는데 그 무리가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수천에 이른다.

갯바위를 시커멓게 뒤덮은 채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무서운 기세로 활보하는 갯강구 떼.

공포영화에 나오는 외계의 괴물이 따로 없다.

하지만 생김새나 생태만으로 이네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

인력과 장비를 제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어림없을 해변 정화작업을 바로 이 갯강구 무리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잡식성인 갯강구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데, 무서운 기세로 해안의 유기물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갯강구의 먹이 가운데는 바다 생물의 시체도 가끔 있겠지만 인간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밥알이나  라면, 통조림이며 뼈다귀 등은 갯강구의 별미가 된다.

이것들을 사람 손으로 일일이 치우자면 한이 없을 것이고,

샅샅이 치운다한들 모은 쓰레기 처리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갯강구는 그런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바닷가의 일등공신이다.

갯강구는 먹이를 먹다가도 사람이 나타나면 바퀴벌레 버금가는 재빠른 동작으로 바위틈에 몸을 숨기는데, 

혹시 쓰레기더미에 달라붙은 갯강구 무리를 보거든 부디 그들의 식사를 방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그들을 대신해 바닷가를 청소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출처 :부안풍경 원문보기▶   글쓴이 : 고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