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19. 풀꽃지기 자연일기]

꽃요일이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보현산(경북)으로 가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안개가 자욱하다. 시야가 흐리다. 손을 내밀어 보니 우산을 써도 좋고 안 써도 좋은 안개비가 내린다.

숲에 가기엔 이런 날도 좋다. 날씨에 맞게 생각을 바꾼다.

'가까운 동네 뒷산으로 가면 되겠다. 가서 백초차 만들 잎도 좀 따고, 안개 휙휙 지나다니는 불모산 임도 따라 살랑살랑 걸으면 좋겠다."

꽃님들을 태우고 비포장 길을 따라 불모산 자락으로 접어들었다.

안개가 자욱하다. 길 옆엔 아까시아 꽃이 주저리주저리 피었다. 차를 거북이처럼 운전한다. 꽃냄새가 향긋하다. 비 맞은 잎들이 더없이 싱그럽다.

5월은 푸른달! 4월은 잎새달, 3월은 물오름달.

나무에 숲에 봄물 오르고, 뾰죽뾰죽 잎새 돋고, 이제 푸르러지는 달이다.

푸른달 5월답게 잎이 열심히 광합성을 해 엽록소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신록이란 낱말이 잎새를 건드리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물론 높은산이나 웃지방에는 아직 연둣빛 봄일 거다. 북반구에서의 봄은 남쪽부터 온다. 그리고 지형이 높은 곳보다 낮은 곳부터 온다. 덕분에 난 한 해에도 여러 번 봄을 맞는다. 남쪽에서 봄을 맞이하고도 웃지방이나 높은 산으로 가서 또 몇 번의 봄을 보고 느끼며 황홀해 한다.

비포장길이라 먼지가 풀풀 날릴 텐데 비 덕분에 먼지 한 톨 안 난다. 잎새 위에 먼지처럼 올라앉은 송홧가루도 말끔히 씻어 놓았다. 고맙다, 고맙다, 비야.^^

산 중턱쯤에 차를 대어 놓고 카메라만 메고 나섰다. 천천히 산꼭대기까지 나 있는 산길 따라 쉬며 놀며 걸을 참이다.

그런데 다들 차에서 내리자마자 차 뒤편에 있는 물웅덩이에 쪼글치고 앉아 코를 박는다. 그 곳은 늘 축축한 고산 습지인데, 물 고인 곳마다 무당개구리가 한창 짝짓기를 하고 있다. 이쪽에서도 둘이 엥겨 있고, 저쪽에서도 업고 있다. 낯선 발길에 놀라 도망치느라 뒷다리 휘뜩 쳐드니 배가 무당 옷 같이 얼룩덜룩하다.

아이고, 둘이 붙은 놈 위에 또 한 놈이 엥겨 붙기도 한다. 저런 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