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는 푸른 잎을 달고 겨울을 나는 상록성 식물이다. 혹자는 겨우 살아간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지금의 이름에서 거꾸로 유추하여 만들어낸 억지스런 이야기로 들린다. 그보다는 무엇에 종사하거나 기거하여 살아간다는 뜻의 접미사 ‘살이’가 ‘겨울’과 결합하여 ‘겨울+살이’이던 말이 ‘겨우내’에서처럼 ‘ㄹ’ 탈락이 일어나 겨우살이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다른 나무들이 잎을 다 떨어뜨리고 난 뒤에도 겨우살이는 팔 벌린 모양의 푸른 잎을 유지한 채 혹한을 견뎌내기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겨우 살아가는 게 결코 아니다. 그렇게 겨울에도 푸르다 하여 ‘동청(冬靑)’이라고도 한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나무이다. 즉, 더부살이식물이다. 그래서 ‘기생목(寄生木)’으로도 불린다. 주로 참나무 종류에 얹혀살지만, 팽나무, 오리나무, 모과나무, 느티나무 등 여러 활엽수한테서 발견된다. 기생식물이 밥줄을 대고 사는 식물을 숙주(宿主) 또는 기주(寄主)라고 하는데, 겨우살이는 기주가 되는 나무한테서 양분을 얻어가며 살기는 해도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 양심(?)을 가졌다. 푸른 잎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겨우살이는 스스로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만들기도 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양분을 기주한테서 얻는 식물을 전기생식물이라고 하고, 자신도 양분을 만들어내는 식물은 반기생식물이라고 하는데, 겨우살이는 반기생식물에 속하는 것이다.
<눈 속에 노란 열매를 단 겨우살이>
겨우살이는 늦가을이면 연한 노란색 열매를 매단다. 이것은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우내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어준다. 동그란 열매 안에는 끈적거리는 과육과 함께 수박씨 모양의 씨가 하나 들어 있다. 이 씨가 열매를 먹은 새들의 배설물에 섞여 다른 나무로 옮겨진다는 설도 있고, 부리에 붙은 것을 나뭇가지에 문질러 닦아내다가 옮겨 붙는다는 설도 있다. 꼭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열매가 자연적으로 다른 가지에 떨어져 싹이 틀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열매에서 단맛이 나는 것으로 보아 겨우살이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번식의 매개자로 새들을 이용할 줄 아는 것 같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겨우살이의 씨>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겨우살이의 씨에는 실처럼 길고 가느다란 줄이 달린다는 점이다. 그것이 나뭇가지에 붙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20~40㎝ 길이의 연줄처럼 생긴 이 조직은 씨가 쓸모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을 줄이고 나뭇가지에 달라붙을 가능성을 높여줄 요량으로 겨우살이가 고안해낸 지혜일 것이다. 그 고차원적인 생존전략 앞에 인간은 아무래도 몇 수 아래로 밀리지 싶다.
살아가는 게 힘겹다면 겨우살이를 바라볼 일이다. 비록 남의 집에 세들어 살긴 해도 진초록빛 꿈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높은 나무에 사는 것을 보면 나무가 아니라 푸른 하늘에 세들어 사는 것 같다.
출처 :풍나무 원문보기▶ 글쓴이 : 풍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