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전원일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김해의 거리를 다녀보면 가로수로 심겨진 이팝나무가 하얀꽃을 피워서 너무 아름답고 눈이 부신다

밤낮으로 하얗게 피어있으니 길거리가 훤해서 가로등이 필요 없을 정도다 나는 몇해전에 김해의 가로수에 구실잣밤나무가 심겨진것을 보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구실잣밤나무는 따뜻한 제주도가 제격인데 왜 이 나무를 이곳에 심었을까하고 염려반 궁금반 했었다. 혹자는 지구 온난화로 남부가 아열대 지역이 되었다고나 하나 어쩌다 혹한 추위가 몰아칠땐 그런말은 헛소리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해전에 불어 닥친 한파로 구실잣밤나무들은 절반 이상이 동사(冬死)하고 말았다

그후, 죽은 나무 자리엔 오랫 동안 자리가 비어 있더니 시공을 한 업체가 겨울을 날때 따뜻하게 보온만 해주면 된다는 사실을 알았든듯 보식을 한후 늦가을이 되면 짚으로 나무 줄기를 싸서 보온을 시켜주었고 그후론 겨울도 잘 이겨내고 있다 그렇게 보온을 하기전에는 지나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다 명색이 지방자치단체인데 김해와 어울리는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심어야 제격인데 무슨 의미로 구실잣밤나무나 비싼 선주목을 심었을까?하고 염려섞힌 걱정을 하고있었다 그러나 다행이 구실잣밤나무는 적응이 되어가고 있어 다행스럽지만 고산지대가 고향인 선주목은 반대로 아스팔트의 더운 날씨에 견뎌내지 못하고 해마다 죽어가고 있고 그 자리엔 홍가시나무와 마로니에(칠엽수)가  자리를 메꿔가고 있다 홍가시나무는 더위엔 엄청 강하지만 추위에는 약한지라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준비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선주목이 죽어나갈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나친다

그러나, 이 모든것이 내겐 못마땅하다 그것은 우리나라 전국 시.군.구 소재지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가 두 그루가 있는곳은 유일하게 김해지역이기 때문이다(김해 한림면과 주촌면) 이렇게 오래사는 노거수가 있다는것은 이 지역이 이팝나무에게 기후와 토양같은 환경이 최적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심어서 하자가 발생하는 다른 나무보다 이곳 환경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이팝나무를 심어야 되는것이 자명한 이치일것이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김해지역은 이팝나무를 심어야 된다고 역설하고 다녔다 이런 내 극성스런 잔소리가 관청이나 발주처의 귀에 들어 갔는지는 몰라도 이듬해부터 이팝나무를 심기 시작하더니 국도나 신도시 가로수는 물론 어제 만난 신작로에도 이팝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서 기분이 아주 만족스럽다. 그렇다. 진해가니 벚꽃이 아름답다고 무작정 벚꽃을 따라서 심을것이아니고 제주도 가로에 후박나무나 녹나무.구실잣밤나무들을 많이 심겼다고해서 무조건 따라서 심을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팝나무는 부를 상징하는 나무로써 우리나라뿐만아니라 구라파나 미국에서도 이미 행운을 주는 나무로 알려져서  정원이 있는 뜰에는 어김없이 한두그루는 심겨져서 사랑 받는 나무인것이다 이팝나무는 꽃이 핀 모습이 마치 쌀밥을 밥그릇에 퍼놓은 모습과 같다고해서 '쌀밥나무'혹은 '이밥나무'라고 불리어졌는데 궁핍한 시대에 이팝나무를 보고 마음의 배를 채웠다고 하니 얼마나 사랑스런 나무인가

이팝나무가 큰 그릇에 담긴 밥이라면 작은 밥그릇에 담아 놓은듯한 느낌을 주는'조팝나무(조밥나무)도 있고,녹두로 밥을 지은듯한 '당조팝나무'도 있고, 밥 위에 고사리를 얹어 놓은듯한 '꼬리조팝나무도 있으니 우리 김해지역에선 이런 밥나무를 많이 심어서 외지에서 김해를 찾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부(富)를 안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출처 :금목문학,나무와 시인 원문보기▶   글쓴이 : 후박/전원일